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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에 해당하는 글(24)
2018.05.07   쏜애플 - 석류의 맛
2018.05.07   로다운 30 - 일교차
2018.04.29   권력과 거짓 순수
2018.02.15   새소년 - 파도
2017.12.07   신해경 - 모두 주세요
2017.08.23   Roller Trio - Reef Knot
2017.05.18   키도(KIDOH) - 헐(HER)
2015.11.28   My Bloody Valentine - Cupid Come
2015.10.29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 냄새
2015.08.27   The Allman Brothers Band - In Memory of Elizabeth Reed (At Fillmore East)


쏜애플 - 석류의 맛

https://youtu.be/NtO3SbPXWgQ


  역시 새로운 음악을 잘 안 들었던 탓에 쏜애플의 이 곡이 수록된 음반도 듣지 않고 있었다. 작년은 그렇다 쳐도 재작년에도 이 음반을 안 들었던 건 밴드와 관련된 스캔들 때문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그 소문을 여러 논란 거리를 다루던 어떤 친구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처음 접했다.

  "이게 이렇게 논란 거리가 될 만한 건가... 잘못이라고 치더라도 사적인 자리에서 말한 게 이렇게 커지는 건 솔직히 억울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 전 앨범인 "이상기후"라는 앨범을 별로 좋지 않게 들어서, 이 밴드가 새 앨범을 냈든 뭔 추문이 터지든 망하든 말든 관심 밖이었던 것 같다. 아니 어쨌든 추문에 휩싸였으니까 좀 듣기 거시기하다 그런 마음이 있었겠지.


  그러다가 한 달 전 쯤 "서울"이라는 노래를 유튜브에서 들었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나서 앨범 전곡을 다운받아 들었는데, 와, 첫곡 "한낮"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곡 가운데에 있는 그 절규가.


  앨범을 무심하게 몇 번 돌릴 때 솔직히 두 번째 곡 "석류의 맛"은 좀 거슬리는 곡이었다. "뭐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놨지." 너무 길어서 처음엔 두 곡인 줄 알았다. 마지막에 처음 주제가 반복되어서 한 곡이 길게 이어진다는 걸 알았지.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두 번째 곡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와, 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니까 이렇게 잘 나오는 건가. 가사의 흐름이나 박자, 코드가 계속 변하는 게 하나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무위키에선 누군가가 이 곡에 대해서 '천재성이 보인다'는 식으로 적어놨는데 천재인 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게도 충분히 재밌는 곡이다.


  이 곡 뿐만 아니라 이 곡이 수록된 앨범 전곡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weiv에서는 이 앨범에 대해 평범한 정도라는 평가 하나와 혹평 하나가 있었다. 나는 그 중 한 사람이 이 앨범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지 않은 이유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고, 보컬의 스캔들을 의식해서 일부러 낮은 평가를 내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나만의 추측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보통 그렇게 혹평을 할 음반이라면 아예 리뷰를 올리지 않겠지, 리뷰를 굳이 올린 건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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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예전 그 논란, 보컬의 인성 논란은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마 그 사건 자체보다도 사건 이후의 해명이나 사건의 흐름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던 것 같은데.

  본인의 내밀한 심리로는 잘못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는데 남들이 잘못한 거 맞으니까 사과하라고 쪼아대면 엿같은 해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나.

  내가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면 "아 시발 그럼 니 혼자 듣지 말고 끝내지 왜 별의별 욕까지 하고 지랄이세요"하는 식으로 반응하고 싶었을 것 같다.

  법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기에 애매해서(특정 국내 뮤지션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 발언의 대상이 아니었고, 특정 해외 뮤지션에 대해서 말하자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본인이 그 사실을 알고 고소하기는 힘들 것 같고.) 그냥 인성이 어쩌고 그런 논란이 계속 되었던 것 같다. 만약 내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면 "말 뽄새하고는 참 지랄맞게 하네" 정도로 생각이야 하겠지만 인성 논란까지야. 주변에 인성이 전반적으로 나쁜 건 아닌데 말 막하는 친구 한 명 쯤도 없으신가.

  논란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하필 본인의 큰 팬 층을 배신한 꼴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담겨져있다' 그런 말은, 글쎄,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그런 식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물론 나 자신은 그런 판단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치인이나 지식인층도 아니고 보통의 사람은 그런 세계관을 갖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든다. 인디 밴드 보컬 나부랭이가 평소에 지식인으로 대접받는 것도 아니잖나. 모든 예술가가 특별히 대단하게 정치적으로 정당한 사상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범법행위를 저질러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사적인 대화가 널리 퍼지는 바람에 의도하지는 않은 것임에도, 소비자를 무시한 꼴이 되어버려서 보이콧 대상이 된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어떤 대중 문화 예술계이든지 간에 20대, 30대 여성의 구매력과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하필 이 밴드는 딱 그 영역의 팬층이 많았던 것 같으니. 영향력을 가장 크게 가질 수 있는 집단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말이 흘러나왔으니 억울하고 말고 간에 일련의 사태를 겪는 거야 당연할 정도지.


  내가 논란이 진행된 과정을 제대로 지켜본 건 아니기에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내가 딱히 그의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서 무리해서 실드를 친다든지 누군가와 이 주제로 싸운다든지 하고 싶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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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건, 그가 작곡한 곡의 가사에서 계속 드러나는, 친밀해지고 싶은 사람으로부터의 유기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고립감, 세상와의 유리 같은 것들이 사석에서의 객담의 유출을 통해 일정 부분 현실로 달성되고야 말았다는 점이다. 열렬한 팬들이 열렬한 안티로 순식간에 변했다. 자기 충족적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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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옹호하고 싶은 건 사실 내가 그의 입장에 동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언급한 그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겠으나, 그가 지칭하려고 한 분위기를 가진 음악이 "조용하게 통기타 치고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분위기를 굳이 자랑하듯이 내비치는 음악"같은 느낌의 음악이라면 나 역시 그런 류의 음악들을 싫어한다. 그가 말한 단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게 그런 음악을 하는 남자 인간들도 많다. 그런 걸 좋아하는 남성 팬들도 있고. 아무튼 나는 그런 걸 싫어한다. 또 어머니에 대한 공포같은 것도 있고. 분리불안 어쩌고 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공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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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느낌으로 한승찬이 밴드에서 나간 시점 쯤 해서 윤성현 기타가 안정적이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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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운 30 - 일교차

https://youtu.be/sKeN5qR4XQk


  예전에 싱글로 나왔던 "더 뜨겁게"를 차갑게 비튼 걸까.

(더 뜨겁게는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의 2번 트랙으로도 수록되어 있다. 일교차가 첫 번째 곡, 더 뜨겁게가 두 번째 곡이어서 더 재미있다.)




  작년엔 노래를 거의 안 들었다. 그러다보니 좋아했던 밴드임에도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을 못 듣고 있었다. 발매된지 1년이 넘어서 들은 이 음반은 더 일찍 들었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괜찮은 음반이라고 생각한다.


  음반은 전체적으로 리듬감이 좋아서 블루스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저음 쪽 강조시키고 그냥 무심하게 틀어놓아도 듣기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베이스의(몇몇 곡에서는 기타도) 리듬감이 좋으며 드럼도(원래 재즈 드러머이기 때문인 건지) 마냥 단조롭게만 끌고가지는 않는다. 가사는 위트 있고, 보컬은 대단하다고 할 순 없어도 곡과 잘 맞는다.


  어떤 블로거는 한국대중음악상이 로다운30을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다고 적었는데, 그런 감이 있는 것 같기는 하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정도면 상을 수상할 수 있지'하고 생각할 정도만큼은 괜찮은 음반인 것 같다고 생각한다.


  장난기 어린 웃음 반, 조소 반 정도의 미묘한 웃음을 머금은 아저씨들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연주해내는 이미지처럼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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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아마 드러머가 바뀐 것 같아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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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거짓 순수

May, Rollo. (2013). 권력과 거짓 순수. 신장근(옮김). 서울 : 문예출판사. (원서 출판 1972, 재간 1998)


 꽂혀서 샀는데 좋은 책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어쨌든 재밌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들은 있었다. 정확하다기보다는 약간의 영감을 준다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다.






 내가 이 책을 그다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이 사람은 상담가로서 내담자를 상담할 때나 이 책의 내용들을 전개할 때 정신분석이라는 도구를 많이 사용하는 듯하는데 나는 정신분석이라는 걸 신뢰하지 않는다.


2 권력, 권력감, 무기력, 폭력, 공격성 같은 단어들은 모두 엄밀한 정의가 필요한 단어들. 정의가 애매해져버리면 논지 전개에서도 삐끗하기 마련이다. 물론 권력이나 공격성 같은 단어는 정의하기가 애매하고 까다롭기는 하다. 하지만 적어도 명확하게 정의를 해두어야 혼선을 피할 수 있다.

 시간이 된다면 다음과 같은 자료를 읽어보고 싶다.

 http://psycnet.apa.org/record/2006-12760-023

 https://public.psych.iastate.edu/caa/abstracts/2015-2019/17AA2.pdf


3 폭력 상황에서 그 원인이 단일한 경우는 잘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모든 폭력의 원인이 무기력일 수는 없다. 오히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자신의 힘에 대해서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 폭력 행위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지 않은가?


4 무기력 논의와는 다른 논의이지만, 분명히 폭력을 저지를 가능성이 높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또 폭력을 사용하고 난 뒤 다른 사람들에 비해 후회를 덜 하거나(혹은 안 하거나), 폭력을 당한 사람에 대한 죄책감을 덜 느끼도록 (혹은 느끼지 못하도록) 태어난 사람 역시 있다고 생각한다. 폭력 행위를 남들보다 자제할 수 없고, 교정하기 힘든, 따라서 폭력적인 성향을 타고났다고 표현할 수 있을만한 특성을 지닌 사람들이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


5 권력과 의미감 같은 주제를 이 책에서 다루듯 존재론적으로 생각하는 방식은 경험적이지 않고 사변적이다. 물론 저자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례들을 가져와 근거로 들긴했지만, 과학적 방법론에 입각한 경험적 설명방식이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이유로 이 책은 사회과학이라기보다는 인문학에 가깝고, 경험과학이라 부를 만한 속성이 거의 없는 책이라 생각한다.


 고로, 이 책을 읽기 전에 사회과학적인 글을 기대한다면 반드시 실망하겠지만, 조금 무거운 수필 정도로 생각하고 읽는다면 나름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비판하긴 했지만 흥미롭게 생각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1 누구에게나 권력에 대한 감각이 중요할 수 있다. (이걸 저자가 의미감이라고 부른 것과 연관시키는 건 또 다른 문제이지만.) 그리고 사회적 권력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은 꽤 명백하게 밝혀질 수 있는 부분일 거라고 생각한다. 아마 꽤 연구가 많을 듯.

2 거짓 순수, 무기력감에 빠진 사람이 권력을 쥐게 될 때의 딜레마. - 표현이 이래서 그렇지 발달 과제나 역할 갈등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3 최소한의 말할 자유, 논쟁할 자유를 빼앗겼다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 인간의 심리에 미치는 영향?

4 한국 사회에도 비슷한 게 있다고 생각하는데 (특히 인터넷 댓글 창 같은 데에서 많이 보이는) 권력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어떤 문화를 가진 사람들. 그리고 그와 함께 따라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절대적으로 정의로운 권력이란 게 존재해서 사람들을 구원할 거라는 순진한 믿음 같은 것.


 어떤 인간의 집단이 있을 때, 그 집단의 행동 방향의 결정을 위해선, 그 권력 체계가 공평하든, 집중되어 있든, 아무튼 간에 권력이라고 할 만한 게 분명히 필요하다. 권력이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인간 집단은 없을 것이다. 이 때,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 남아있고 싶은 어떤 개인이, 집단에서 발생하는 권력이라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태도는 그 개인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권력을 갖고 있으면서 권력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거나, 권력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무엇에 대해 그게 좋다고 당위를 주장하기야 쉽지만 그건 그거대로 또다른 순진한 생각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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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년 - 파도

https://youtu.be/HdkSpALG3A4


 이름은 예전에 스쳤으나 듣지 않다가 어느새 아주 많이 유명해져 있어서 들었다.

 프런트 우먼 혼자 덕질 포인트를 20개 이상 쯤 갖고 있고 덕질 포인트가 20개 쯤이 넘으면 자본주의사회에서 대중 가수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스타성 하나 정도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다. 적어도 음악 페스티벌에서 6시 이후 무대에 서는 밴드로 이름을 올리는 건 해체하지 않는 이상 시간 문제인 것처럼 보인다.


 지금의 상태는 음악을 꾸역꾸역 찾아서 듣는 사람들 혹은 그 꾸역꾸역 찾아서 듣는 사람들의 지인들에게 확 퍼져버린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훨씬 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상파 음악 방송에 나오다가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며 대중의 인기를 얻기 시작하는, 뻔한 패턴으로 돈을 벌어내는 방법이 충분히 가능하다.

 비주얼과 목소리 톤만으로 매력포인트가 넘쳐나기 때문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아무 말도 안 하고 가만히 앉아 있더라도, 자막 담당이 자막만 적절하게 넣어준다면 스타 만들기는 끝이다. 대중 음악이라고 치기엔 톤과 진행이 대중의 귀에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타성과 힙스터스러운 비주얼을 이용하여 음악까지 반복 노출시키면 이 정도는 감당 가능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밴드가 지금은 대중음악 스타가 될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하나 있다. 이 밴드는 노래방용 곡이 아직 하나도 없다.


https://youtu.be/u9pI2PftoFw

 돈과 시간만 있다면 기꺼이 팬을 자처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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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경 - 모두 주세요

뮤직비디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nOHfryusmJc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꽤 예전이었던 것 같다. 아마 1년보다는 더 된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그의 기획사(지금은 다른 기획사로 옮겼지만)의 사장을 팔로우 하고 있기도 했고 노이즈가 걸린 락들에 관한 소식들은 어쩌다가 내 눈에 띄이곤 하니까. 그렇지만 듣지는 않았지. 하지만 해경이라는 이름과 가역반응이라는 단어 때문에 결코 잊어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각각의 단어는 김해경과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따온 것임이 분명하니까.)

 그러다 아마 7월인가 내가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해버리기 전에 페이스북을 떠돌아다니는 힙스터 체크리스트라는 걸 봤고, 그 리스트에서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그의 음악을 즐겨들으면 힙스터 점수 1점 추가라나 뭐라나. 그저 그런 음악을 하는 걸까. 그래도 한 번 들어볼까.하다가 굳이 찾아서 듣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9월이었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결제한 30곡 다운로드권이 기간이 만료되어가는데 아직 다 사용하지 못해서 뭘 다운받을까 고민하다가 듣지도 않고 다운받았다. 듣고 나서는 꽤 만족스러웠다. 괜찮네. 그의 첫 음반은 분명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듣는 놈은 힙스터/라고 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걸 힙스터스럽다고 부를 요량이라면 슈게이징 같은 걸 듣는 사람들은 전부 다 힙스터라고 까내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으음 슈게이징이라는 장르가 힙스터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힙스터라고 부르기엔 좀 우울한 범생이 같은 느낌이 있지 않나. 만약 5년 전에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그 리스트에 신해경과 실리카겔 대신 로로스나 비둘기 우유가 들어가 있었어야 하나. 아니면 쏜애플이나 게이트 플라워즈처럼 당시 인디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밴드가 들어가 있었어야 할까. 근데 요즘 힙스터가 무슨 락같은 걸 듣긴 해? 외모가 힙스터들이 좋아할 스타일도 아닌데. 차라리 혁ㅇ처럼 머리 빡빡 밀고 귀걸이하고 그런 스타일이면 힙스터들한테 어필하겠지. 아닌가. 내가 지금 사회생활을 잘 안 해서 모르겠다. 요즘 활동 안 하시는 듯한 전자음악하시던 이ㅇ언씨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은 안 비슷한데 얼굴 느낌이 비슷한 거 같다고. 아무튼 그 힙스터 리스트 작성자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저격하려고 만든 리스트인 것 같긴 한데 정확한 대상이 누구였을지.

 평생 대중가요만 듣다가 뭔가 분위기 있어보이려고 막 유명해진 인디 가수를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을 저격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듣게 된 거라고 해도 그게 나쁠 건 또 뭔지. 그런 기회로 여러가지 독특한 음악들을 접해볼 수도 있는거지.



 그의 음악들에서 마이블러디발렌타인이나 슬로우다이브 같은 밴드가 어렴풋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서태지나 검정치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내 귀에 꽂힌 음들이 머리에서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로는 검정치마 노래에 이펙터랑 노이즈를 입힌 느낌이랄까. 기타톤에선 쏜애플이 생각나기도 했다. 슈게이징을 계속 언급하긴 했지만 가사나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한국 발라드 대중가요 같은 느낌이 강해서 락이라고 부르기도 뭣하다. 장르란 게 구분하기 나름이고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아무튼.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노이즈팝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한국형 노이즈팝. 아니면 노이즈 가요.

 빡쎈 이펙터를 빼놓고 보자면 신해경보다 훨씬 예전에 나온 검정치마보다 독특할 것도 없고 나을 것도 없을 것이다. 나을 게 없는 게 아니라 솔직히 못하지. 노이즈를 빼면 솔직히 단순하지 않나. 그렇지만(혹은 그런 이유로) 애초에 그의 음악은 노이즈가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음악들이고 그 독특함이 주말마다 자기 돈 깨가며 공연하는 다른 인디 가수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일 것이다. 전기나 전자를 사용하는 음악에서 이펙터의 사용은 정말 중요한 것이지. 음반의 여러 곡들에서 곡의 전개, 완급조절, 같은 음을 연주해도 다르게 들리게 만드는 그 느낌은 좋았다. 박자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설픈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조차도 가사와 결합해서 나름의 매력을 발휘하기도 하지. 그 와중에 굉장히 대중가요스럽다는 그 결정적인 느낌(이 어디서 오는 건지 가사와 멜로디 말고는 더 찝어낼 수가 없지만)은 없앨 수가 없네. 좋게 말하자면, 대중음악이 갖는 귀에 잘 꽂힌다는 장점과 노이즈가 걸리는 락의 독특함이라는 장점을 균형있게 취해서 돈(장비비용이든 프로모션비용이든)을 많이 쓰지 않고도 좋은 결과(앨범 판매)를 뽑아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녹음이나 믹싱, 마스터링에 대해선 내가 아는 바가 없으므로 느끼는 바도 없다.



 그의 음악을 듣는다고 힙스터라고 부르자면 뭐 그렇게 부를 수도 있지. 그거야 부르는 사람 맘인걸. 그렇지만 한국 음악시장에서 이런 음반이 대중적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는 것 자체가 재밌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들끼리 좋아서 하는 음악을 넘어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밴드, 블록버스터 아이돌 음악이나 노래방 음악만 듣다가 새로운 거 좀 들어볼까 하고 인디 음악도 들어보게 되는 대중, 그 접점이 생기는 시기에 스타가 나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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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ller Trio - Reef Knot

언젠가 카페에서 듣고 맘에 들어서 굳이 밴드를 알아냈던 곡이 있었다.

카페에서도 틀고 싶어서 틀은 건 아니었고 그냥 장르별 라디오를 틀어놓은 것이었다. 그 라디오에서 재생목록을 뒤져서 찾아냈지.


그리고나서 집에 와서 찾아봤는데 국내 음악 사이트에는 음원이 없어서 그냥 잊어버렸다.


얼마 전에 갑자기 생각나서 찾아보려는데 음악 제목도 밴드 이름도 생각이 안 나서 애를 먹었다. 뭔가 병 이름 같은 거였던 거 같은데 잘 생각이 안 났다.


단어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스친 단어에 "아 이거네"하는 생각이 들었다. fracture. 곡 이름도 밴드명도 아니고 앨범 이름이었다. 뭐 아무튼 찾았으니 됐지. 근데 그 때 인상깊게 들었던 곡이 뭐였는지는 모르겠다. 기타가 굉장히 낑낑거리는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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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엔 연관 동영상으로 mammal hands나 gogo penguin이라는 밴드 이름들이 뜬다. 그냥 이름부터 귀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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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도(KIDOH) - 헐(HER)

https://youtu.be/7gOmlfmBPoA


내가 이런 노래를 좋아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런 영상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아마도 좋아하는 것 같다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아마도 음악 들었다

기보다는

영상을 본 것이 아닌ㄹ까.



My Bloody Valentine - Cupid Come



My Bloody Valentine - Cupid Come


기타, 보컬 - Kevin Shields

기타, 보컬 - Bilinda Butcher

드럼 - Colm O'Ciosoig

베이스 - Debbie Googe



다른 장르가 아닌 락이라는 장르를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락만 할 수 있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다른 장르의 음악은 하기 힘든 것.

대중음악(팝)은 대중음악이기 때문에 할 수 없고

재즈는 재즈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것

힙합도 힙합이기 때문에 할 수가 없는 것.

각 장르가 각 장르의 규칙을 확고히 하고 그런 확고해진 음악을 하다가 샛길로 나간 사람들이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해보고 갖가지 장르를 섞어봐도 어쨌든 '락'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음악만 할 수 있는 것.

딱 집어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성격을 갖지만 보편적이라기 보다는 매니악해서 하위문화라는 표현이 적절하고. 샘플링으로 반주를 깔아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악기를 직접 다뤄야하는 라이브 음악이면서 음반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해야하고. 연주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연주를 잘 할 수록 칭송을 받지만 연주를 못하는 사람도 찬사받을 때가 있고. 장르 내에서도 특징이 서로 매우 다른 여러 튠들이 있고 그 세부적인 흐름들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MBV의 앨범 Isn't Anything은 그런 걸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거친. 아마추어같은. 풋풋한. 감정이 절제가 안 되는. 박자가 조금 나간. 음질이 좋지 않아도 되는. 샘플링이나 미디 전자음 그대로가 아닌. 어쩌다 보니 한 세부적인 장르의 시조 격이 된.

(그런데 사실 이 앨범은 프로듀싱과 마스터링에 엄청 공이 들어간 앨범이라 한다.)

이 밴드나 이 장르(슈게이징)가 락이라는 큰 장르 내에서 대표적인 밴드나 장르가 아님에도 (내가 생각하는) 락이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의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으로 MBV의 Loveless를 리뷰한 글

포스트락 밴드로 분류되지는 않는 MBV가 포스트락에 끼친 영향이라는 관점으로

http://blog.naver.com/afx1979/220486027375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 냄새
https://youtu.be/36ro5bVuiXU


기타 - 이재훈

보컬 - 박연

기타 - 미장

드럼 - 이경행

베이스 - 장승업


말하자면 이 노래의 제목이 이 블로그의 이름인데

이 노래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이 블로그의 이름을

이 노래에서 따온 것은 아니고

냄새는 내게 가장 인상적인 감각이기 때문에

블로그의 이름을 냄새라고 정했고

인상적인 감각인 냄새라는 제목을 가진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제목이 냄새인 음악은 제목만으로도 공감각적이지 않은가.

(N모 밴드의 /teen spirit의 냄새/ 같은 제목처럼...)


개인적으로 이 밴드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은 2011년이었는데

그 때 이 밴드가 공연하는 것을 봤던 것은 아니었고

그 때는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어쿠스틱 공연 카페에서 홀로 공연하는 것을 봤다.

방배동 태평양 태평양 약국에는이라고 노래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

아마도 요즘은 밴드 활동은 거의 안 하고 낙성대 쪽에 있는 가게 일을 더 열심히 하는 것 같다.



The Allman Brothers Band - In Memory of Elizabeth Reed (At Fillmore East)


The Allman Brothers Band

올맨 브라더스 밴드

활동을 시작한 지역은 조지아주(미국 동남부 쪽) 메이컨


초기 멤버 ('71년 Duane 사망 전까지)

Duane Allman - 기타

Dickey Betts - 기타

Berry Oakley - 베이스

Gregg Allman - 키보드, 보컬

Jai Johanny "Jaimoe" Johanson - 드럼

Butch Trucks - 드럼 (Derek Trucks의 삼촌)



In Memory of Elizabeth Reed

(At Fillmore East 앨범 수록 라이브 버전, 원곡은 Idlewild South에 있다.)

먼저 간단하게 이야기한다. 나는 이 곡을 매우 좋아한다. 정말 매우.

조금 구체적으로 썰을 풀어보자면

나는 At Fillmore East를 작년 초여름에 처음 돌리고 나서 이 곡에 꽂혔다.

13분짜리 곡을 벤치에 앉거나 누운 채로 줄담배나 뻐끔뻐끔하면서 몇 번이나 돌리곤 했다.

그때는 막 블루스에 관심 가지며 여러 앨범을 들어보면 때였으므로 어느정도 익숙해지고 있었던 블루스 같은 그런 느낌. 근데 또 이상하게 재즈같은 느낌. 락밴드이긴 한건가. 뭔가 좀 이상한 진행인데 물흐르듯이 넘어가서 계속 듣고 계속 돌리고 반복하고 돌고 돌고.

따지면서 들으면 초반부에는 박자 진행의 변화도 심해서 이상한 느낌이 들만도 한데 이상하다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다. 어느정도 진행되고 테마가 나온 뒤에는 진행 자체가 복잡한 건 아니고 테마와 즉흥연주의 반복이다. 반복부분에서는 건반 혹은 기타의 반주와 드럼, 베이스의 리듬, 주멜로디를 연주하는 악기가 잘 어우러진다. 근데 또 이 곡에서 쓰는 리듬 자체의 묘한 긴장감. 하지만 결국 이렇게 복잡하게 말해봤자 아무 쓸모없고, 나는 이 곡을 좋아한다.


몇 번의 기타 소리 후, 곡을 시작하기 전 한 마디의 말

"Dickey Betts가 우리 두 번째 앨범(Idlewild South)을 위해 쓴 곡, In Memory of Elizabeth Reed입니다."

그리고 다시 기타 소리

드럼 신호로 곡이 시작된다.


영문 위키피디아를 찾아보면 이 곡의 Fillmore East판의 진행에 대한 감상과 설명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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