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장르가 각 장르의 규칙을 확고히 하고 그런 확고해진 음악을 하다가 샛길로 나간 사람들이 다른 장르의 음악도 해보고 갖가지 장르를 섞어봐도 어쨌든 '락'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음악만 할 수 있는 것.
딱 집어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런 게 있다고 생각한다.
대중적인 성격을 갖지만 보편적이라기 보다는 매니악해서 하위문화라는 표현이 적절하고. 샘플링으로 반주를 깔아놓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악기를 직접 다뤄야하는 라이브 음악이면서 음반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해야하고. 연주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연주를 잘 할 수록 칭송을 받지만 연주를 못하는 사람도 찬사받을 때가 있고. 장르 내에서도 특징이 서로 매우 다른 여러 튠들이 있고 그 세부적인 흐름들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는.
MBV의 앨범 Isn't Anything은 그런 걸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거친. 아마추어같은. 풋풋한. 감정이 절제가 안 되는. 박자가 조금 나간. 음질이 좋지 않아도 되는. 샘플링이나 미디 전자음 그대로가 아닌. 어쩌다 보니 한 세부적인 장르의 시조 격이 된.
(그런데 사실 이 앨범은 프로듀싱과 마스터링에 엄청 공이 들어간 앨범이라 한다.)
이 밴드나 이 장르(슈게이징)가 락이라는 큰 장르 내에서 대표적인 밴드나 장르가 아님에도 (내가 생각하는) 락이라 부를 수 있는 음악의 특징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