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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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2

 ㅍㄹㄴ를 보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여러 번 생각한 적이 있긴 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것. 대단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거대하지만 하찮은 담론을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싶진 않다.

 도덕성이 어쩌고 인간은 그런 걸 촬영하거나 시청할 자유가 있다느니 마느니 그런 건 배우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고 어떤 집단의 인격을 무시하는 행위라느니 ㅍㄹㄴ의 존재 자체가 타락이라느니 아니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느니 혹은 그런 말들은 다 위선이라느니 이러쿵 법적으로 합법화해야된다느니 혹은 어쨌든 불법이라느니 저러쿵 그런 개소리는 헛짓거리 말싸움 좋아하시는 니들끼리 알아서 하시구요.

 그냥 단지 ㅍㄹㄴ를 보는 게 내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은 것 같아서 보고 싶지 않아졌다 정도로 생각하겠다. 최근 인터넷 뉴스 기사, 특히 댓글은 거의 안 보고, 웨이트 커뮤니티를 제외한 다른 커뮤니티를 거의 보지 않은 이후로 정신이 제법 안정되고 별 시덥잖은 잡다한 소리를 듣게 되더라도 덜 흔들리게 됐는데, 연애 얘기라든지 성관계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면 여전히 정신이 사나워지고,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심적으로 불안한 때에 그런 류의 얘기를 듣게 되면, 심할 때는 싱숭생숭함이 며칠 갈 때도 있는 듯하다. 그런 정신으로 ㅍㄹㄴ를 보고 나면 마음이 편안해지기보다는 오히려 더 짜증이 날 때가 많았고, 몸으로는 여전히 ㅍㄹㄴ에 의한 성적인 자극을 원하지만, 머리로는 보기 싫다는 생각이 든 것 같다. ㅍㄹㄴ를 보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기는 하지만 그래도 혹시 어쩌면 마음의 안정을 찾는 데에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 것 같다.

 ㄱㄸ을 하겠다는 생각은 아니다. 그렇지만 인터넷에서 ㅍㄹㄴ도 아닌데 살짝 노출이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보고 ㅈㅇ를 하진 말아야지. 그게 ㅍㄹㄴ를 보는 것보다 더 안 좋은 상태인 듯. 그러려면 그냥 인터넷 자체를 잘 하지 않는 편이 나은 것 같다. 인터넷에 그런 자극들은 널리고 널렸으니까. 자극을 주는 요소를 보고서 참기 힘들면 자극을 주는 요소가 없는 환경에서 지내는 게 현명하다고 누군가가 그랬다.

 

 그래, 지난주에 유튜브에서 그런 영상을 봤다. 어떤 인간이든 유혹을 참을 수 있는 능력은 크게 차이 나지 않고, 그러니 참을성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유혹 요소를 제거한 환경과 유혹 요소에 빠지지 않게 만드는 습관이 중요하다는 그런 내용의 영상. 정확한 내용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럴 듯하게 들리고, 실천적으로 이용하기에 좋은 생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난 예전부터 담배와 ㅈㅇ를 끊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둘 중에 담배는 굳이 지금 끊을 필요를 못 느끼고 있다. 끊고 싶지 않다. 끊으려고 하면 오히려 더 힘만 들 거고. 2~3일에 한 갑 정도 피우고 있으니 그렇게 많이 피우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다른 하나인 ㅈㅇ도 굳이 끊고 싶지는 않다. 다만 ㅍㄹㄴ를 보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뭔가를 참는다는 건 에너지를 꽤나 많이 소모하는 짓인데, ㅍㄹㄴ를 안 보는 것으로 소모하는 에너지보다는 ㅍㄹㄴ를 안 봄으로써 보전하는 에너지가 더 많을 것 같다.

 

 한 4주 전쯤이었나, 다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는, 내가 했던 많은 것들이. 사회에 대한 얘기를 보거나 음악을 듣는 것이나 책을 보는 것까지. 사회에 대해서 말하거나 음악을 하는 것이나 글을 쓰는 것 뿐만 아니라 단지 읽고 보고 듣고, 그런 다소 수동적인 일들까지 말이다. 그래서 굳이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있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다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갈구하는 게 딱히 나쁜 건 아니지만 굳이 에너지를 소비해가면서 그런 짓을 하며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노출시키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짓들을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의 관심을 끈다는 보장도 없고. 언젠가는 다시 다른 사람의 관심이 너무나 필요해져서 다른 사람에게 노출되고 싶은 때가 찾아올지도 모르겠지만. 아니 확실히 그런 때가 찾아오긴 하겠지만. 지금 같아선 그런 때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얻는 데에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을 갈망하면 괴로울 뿐이니.

 허무한 느낌이 들었다고 심리적으로 나빠졌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른 게 다 허무하니 먹고 사는 데에나 신경 쓰자 정도의 마음이 된 것 같다. 긍정적인 허무라고 허세를 부려볼까. 물론 이런 기분을 처음 겪은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요즘엔 일찍 일어나는 중이다. 일곱 시 반 쯤. 전역 이후로 이렇게 자의적으로 일찍 일어나는 때가 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니 지금 일찍 일어나고 있는 것도 자의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걸까. 아니 일단 군복무 중엔 자의적으로 일찍 일어난 게 아니잖아. 멍청한 소리를 했군.

 일찍 일어나니 좋은 점은 대체로 도서관 같은 자리에 앉게 되어 안정적이라는 점. 근처에 여자가 앉으면 별 이유없이 괜히 신경쓰이고 의식하게 되고 불편한 건 여전한데, 성별에 대한 인식이 어쩌고 그따위 헛소리는 사양하겠다. 불편한 걸 불편하다 하지 뭐라 말하나. 그래도 시선은 항상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성별이 남자인 친구들을 보면 정말 어이없을 정도로 여자들을 쳐다보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때엔 나는 여전히 때때로 그 시선을 농담조로 지적하곤 한다. 그런 친구들과 비교하면 나는 정말 여자들을 안 보는 거라고 나 자신은 생각하는데, 여자를 쳐다보는 것과, 여자를 의식해서 내 마음이 불편해지거나 다른 사람의 마음의 불편하게 만들거나 그런 일은 좀 별개지. 아무튼.

 내게 어떤 썩 바람직하지 않은 고정관념이 있는 게 아닐까 혹은 내가 성욕을 자제하지 못하는 거 아닐까 그런 생각은 수없이 많이 했지만 그런 생각을 무수히 많이 한다고 해서 더 나아지는 건 전혀 없고 나는 더 불편해지기만 할 뿐이니. 설혹 그게 일정 부분 타당해보이는 설명을 제시한다고 하더라도 나의 곤란함을 타개하는 데에 쓸모가 없다면 그건 무의미한 고담준론일 뿐일 게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내가 옆에 앉은 여자를 의식하는 걸 그 여자가 인식하게 되면 그에게 피해를 주진 않을까 혹은 성별과는 관계없이 내가 책을 너무 시끄럽게 넘기거나 펜을 너무 시끄럽게 사용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찌할 도리가 없는데, 그런 생각을 하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게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의식하게 되고 그러면 더더욱 불편해질 뿐이다. 사실 대개의 경우엔 다른 사람은 나를 의식하지 않을 텐데. 이상한 착각일 때가 많겠지만. 여하튼 그래서 마음을 다잡고 주변에 신경을 끄고 책에 집중하려고는 하지만 그게 썩 잘 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아침에 도서관에 일찍 도착해서 같은 자리에 계속 앉게 되면 여긴 원래 내 자리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근처에 내가 꾸준히 앉아온 자리가 있음을 알고서 내 근처에 앉는다면 그건 내가 무슨 민폐를 부리든 감수하겠다는 뜻이니 그런 사람은 더 신경써도 되지 않을 테고, 근처에 내 자리가 있는 줄 모르고 앉았으며 그 때 나로 인해 불편함을 느낀다면 그 뒤로 거의 고정석이나 다름 없는 나의 근처에는 앉지 않을테니, 그건 그거대로 좋은 결말이네. 그 정도로 생각하게 되어 마음이 살짝 평안을 얻는 듯도 하다.

 아무튼 언제까지 일찍 일어나는 것을 지속할 수 있을까. 긍정적인 허무 덕분인 걸까. 아니면 그냥 지난 시험을 조졌기 때문에 마음이 약간 급해진 걸까. 그런 건 모르겠고 알 필요도 없고 그냥 공부나 해야겠다. 하는 마음이 좋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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