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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경 - 모두 주세요

뮤직비디오 유튜브 링크

https://youtu.be/nOHfryusmJc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건 꽤 예전이었던 것 같다. 아마 1년보다는 더 된 것 같다.

 페이스북에서 그의 기획사(지금은 다른 기획사로 옮겼지만)의 사장을 팔로우 하고 있기도 했고 노이즈가 걸린 락들에 관한 소식들은 어쩌다가 내 눈에 띄이곤 하니까. 그렇지만 듣지는 않았지. 하지만 해경이라는 이름과 가역반응이라는 단어 때문에 결코 잊어버릴 수는 없었을 것이다.(각각의 단어는 김해경과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따온 것임이 분명하니까.)

 그러다 아마 7월인가 내가 페이스북을 비활성화해버리기 전에 페이스북을 떠돌아다니는 힙스터 체크리스트라는 걸 봤고, 그 리스트에서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보았다. 그의 음악을 즐겨들으면 힙스터 점수 1점 추가라나 뭐라나. 그저 그런 음악을 하는 걸까. 그래도 한 번 들어볼까.하다가 굳이 찾아서 듣지는 않았다.

 그러다가 9월이었나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결제한 30곡 다운로드권이 기간이 만료되어가는데 아직 다 사용하지 못해서 뭘 다운받을까 고민하다가 듣지도 않고 다운받았다. 듣고 나서는 꽤 만족스러웠다. 괜찮네. 그의 첫 음반은 분명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듣는 놈은 힙스터/라고 깔 건 아닌 것 같은데........



 이걸 힙스터스럽다고 부를 요량이라면 슈게이징 같은 걸 듣는 사람들은 전부 다 힙스터라고 까내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으음 슈게이징이라는 장르가 힙스터스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힙스터라고 부르기엔 좀 우울한 범생이 같은 느낌이 있지 않나. 만약 5년 전에 리스트를 만들었다면 그 리스트에 신해경과 실리카겔 대신 로로스나 비둘기 우유가 들어가 있었어야 하나. 아니면 쏜애플이나 게이트 플라워즈처럼 당시 인디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던 밴드가 들어가 있었어야 할까. 근데 요즘 힙스터가 무슨 락같은 걸 듣긴 해? 외모가 힙스터들이 좋아할 스타일도 아닌데. 차라리 혁ㅇ처럼 머리 빡빡 밀고 귀걸이하고 그런 스타일이면 힙스터들한테 어필하겠지. 아닌가. 내가 지금 사회생활을 잘 안 해서 모르겠다. 요즘 활동 안 하시는 듯한 전자음악하시던 이ㅇ언씨 비슷한 느낌인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은 안 비슷한데 얼굴 느낌이 비슷한 거 같다고. 아무튼 그 힙스터 리스트 작성자는 누군가를 염두에 두고 저격하려고 만든 리스트인 것 같긴 한데 정확한 대상이 누구였을지.

 평생 대중가요만 듣다가 뭔가 분위기 있어보이려고 막 유명해진 인디 가수를 좋아하는 척하는 사람을 저격하는 말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렇게 듣게 된 거라고 해도 그게 나쁠 건 또 뭔지. 그런 기회로 여러가지 독특한 음악들을 접해볼 수도 있는거지.



 그의 음악들에서 마이블러디발렌타인이나 슬로우다이브 같은 밴드가 어렴풋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서태지나 검정치마가 떠오르기도 한다. 내 귀에 꽂힌 음들이 머리에서 연상 작용을 일으키기로는 검정치마 노래에 이펙터랑 노이즈를 입힌 느낌이랄까. 기타톤에선 쏜애플이 생각나기도 했다. 슈게이징을 계속 언급하긴 했지만 가사나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한국 발라드 대중가요 같은 느낌이 강해서 락이라고 부르기도 뭣하다. 장르란 게 구분하기 나름이고 뭐가 중요한가 싶지만 아무튼.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노이즈팝이라는 말이 적절할 것 같다. 한국형 노이즈팝. 아니면 노이즈 가요.

 빡쎈 이펙터를 빼놓고 보자면 신해경보다 훨씬 예전에 나온 검정치마보다 독특할 것도 없고 나을 것도 없을 것이다. 나을 게 없는 게 아니라 솔직히 못하지. 노이즈를 빼면 솔직히 단순하지 않나. 그렇지만(혹은 그런 이유로) 애초에 그의 음악은 노이즈가 없이는 성립될 수 없는 음악들이고 그 독특함이 주말마다 자기 돈 깨가며 공연하는 다른 인디 가수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일 것이다. 전기나 전자를 사용하는 음악에서 이펙터의 사용은 정말 중요한 것이지. 음반의 여러 곡들에서 곡의 전개, 완급조절, 같은 음을 연주해도 다르게 들리게 만드는 그 느낌은 좋았다. 박자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설픈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조차도 가사와 결합해서 나름의 매력을 발휘하기도 하지. 그 와중에 굉장히 대중가요스럽다는 그 결정적인 느낌(이 어디서 오는 건지 가사와 멜로디 말고는 더 찝어낼 수가 없지만)은 없앨 수가 없네. 좋게 말하자면, 대중음악이 갖는 귀에 잘 꽂힌다는 장점과 노이즈가 걸리는 락의 독특함이라는 장점을 균형있게 취해서 돈(장비비용이든 프로모션비용이든)을 많이 쓰지 않고도 좋은 결과(앨범 판매)를 뽑아냈다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녹음이나 믹싱, 마스터링에 대해선 내가 아는 바가 없으므로 느끼는 바도 없다.



 그의 음악을 듣는다고 힙스터라고 부르자면 뭐 그렇게 부를 수도 있지. 그거야 부르는 사람 맘인걸. 그렇지만 한국 음악시장에서 이런 음반이 대중적으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는 것 자체가 재밌고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자기들끼리 좋아서 하는 음악을 넘어서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밴드, 블록버스터 아이돌 음악이나 노래방 음악만 듣다가 새로운 거 좀 들어볼까 하고 인디 음악도 들어보게 되는 대중, 그 접점이 생기는 시기에 스타가 나오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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