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쏜애플 - 석류의 맛

https://youtu.be/NtO3SbPXWgQ


  역시 새로운 음악을 잘 안 들었던 탓에 쏜애플의 이 곡이 수록된 음반도 듣지 않고 있었다. 작년은 그렇다 쳐도 재작년에도 이 음반을 안 들었던 건 밴드와 관련된 스캔들 때문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그 소문을 여러 논란 거리를 다루던 어떤 친구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처음 접했다.

  "이게 이렇게 논란 거리가 될 만한 건가... 잘못이라고 치더라도 사적인 자리에서 말한 게 이렇게 커지는 건 솔직히 억울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 전 앨범인 "이상기후"라는 앨범을 별로 좋지 않게 들어서, 이 밴드가 새 앨범을 냈든 뭔 추문이 터지든 망하든 말든 관심 밖이었던 것 같다. 아니 어쨌든 추문에 휩싸였으니까 좀 듣기 거시기하다 그런 마음이 있었겠지.


  그러다가 한 달 전 쯤 "서울"이라는 노래를 유튜브에서 들었고,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리고나서 앨범 전곡을 다운받아 들었는데, 와, 첫곡 "한낮"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특히 곡 가운데에 있는 그 절규가.


  앨범을 무심하게 몇 번 돌릴 때 솔직히 두 번째 곡 "석류의 맛"은 좀 거슬리는 곡이었다. "뭐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놨지." 너무 길어서 처음엔 두 곡인 줄 알았다. 마지막에 처음 주제가 반복되어서 한 곡이 길게 이어진다는 걸 알았지.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두 번째 곡이 너무너무 마음에 들었다. 와, 지 하고 싶은 거 마음대로 하니까 이렇게 잘 나오는 건가. 가사의 흐름이나 박자, 코드가 계속 변하는 게 하나의 단편 영화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나무위키에선 누군가가 이 곡에 대해서 '천재성이 보인다'는 식으로 적어놨는데 천재인 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게도 충분히 재밌는 곡이다.


  이 곡 뿐만 아니라 이 곡이 수록된 앨범 전곡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weiv에서는 이 앨범에 대해 평범한 정도라는 평가 하나와 혹평 하나가 있었다. 나는 그 중 한 사람이 이 앨범에 대해서 좋게 평가하지 않은 이유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고, 보컬의 스캔들을 의식해서 일부러 낮은 평가를 내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나만의 추측이기는 하지만 아무튼. 보통 그렇게 혹평을 할 음반이라면 아예 리뷰를 올리지 않겠지, 리뷰를 굳이 올린 건 의도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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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예전 그 논란, 보컬의 인성 논란은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아마 그 사건 자체보다도 사건 이후의 해명이나 사건의 흐름 때문에 문제가 더 커졌던 것 같은데.

  본인의 내밀한 심리로는 잘못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는데 남들이 잘못한 거 맞으니까 사과하라고 쪼아대면 엿같은 해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 않나.

  내가 비슷한 논란을 겪었다면 "아 시발 그럼 니 혼자 듣지 말고 끝내지 왜 별의별 욕까지 하고 지랄이세요"하는 식으로 반응하고 싶었을 것 같다.

  법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기에 애매해서(특정 국내 뮤지션에 대해서 말하자면 그 발언의 대상이 아니었고, 특정 해외 뮤지션에 대해서 말하자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 본인이 그 사실을 알고 고소하기는 힘들 것 같고.) 그냥 인성이 어쩌고 그런 논란이 계속 되었던 것 같다. 만약 내 친구가 그런 말을 했다면 "말 뽄새하고는 참 지랄맞게 하네" 정도로 생각이야 하겠지만 인성 논란까지야. 주변에 인성이 전반적으로 나쁜 건 아닌데 말 막하는 친구 한 명 쯤도 없으신가.

  논란이 되었던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하필 본인의 큰 팬 층을 배신한 꼴이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가 담겨져있다' 그런 말은, 글쎄,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충분히 그런 식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물론 나 자신은 그런 판단에 공감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정치인이나 지식인층도 아니고 보통의 사람은 그런 세계관을 갖고 그런 말을 할 수 있지"하는 생각이 든다. 인디 밴드 보컬 나부랭이가 평소에 지식인으로 대접받는 것도 아니잖나. 모든 예술가가 특별히 대단하게 정치적으로 정당한 사상을 갖고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범법행위를 저질러서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사적인 대화가 널리 퍼지는 바람에 의도하지는 않은 것임에도, 소비자를 무시한 꼴이 되어버려서 보이콧 대상이 된 거야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어떤 대중 문화 예술계이든지 간에 20대, 30대 여성의 구매력과 영향력은 대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하필 이 밴드는 딱 그 영역의 팬층이 많았던 것 같으니. 영향력을 가장 크게 가질 수 있는 집단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는 말이 흘러나왔으니 억울하고 말고 간에 일련의 사태를 겪는 거야 당연할 정도지.


  내가 논란이 진행된 과정을 제대로 지켜본 건 아니기에 이런 식으로 판단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내가 딱히 그의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라서 무리해서 실드를 친다든지 누군가와 이 주제로 싸운다든지 하고 싶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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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밌는 건, 그가 작곡한 곡의 가사에서 계속 드러나는, 친밀해지고 싶은 사람으로부터의 유기에 대한 불안감, 두려움, 고립감, 세상와의 유리 같은 것들이 사석에서의 객담의 유출을 통해 일정 부분 현실로 달성되고야 말았다는 점이다. 열렬한 팬들이 열렬한 안티로 순식간에 변했다. 자기 충족적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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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를 옹호하고 싶은 건 사실 내가 그의 입장에 동감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언급한 그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겠으나, 그가 지칭하려고 한 분위기를 가진 음악이 "조용하게 통기타 치고 금방이라도 스러질 것 같은 분위기를 굳이 자랑하듯이 내비치는 음악"같은 느낌의 음악이라면 나 역시 그런 류의 음악들을 싫어한다. 그가 말한 단어를 사용할 필요는 없는 게 그런 음악을 하는 남자 인간들도 많다. 그런 걸 좋아하는 남성 팬들도 있고. 아무튼 나는 그런 걸 싫어한다. 또 어머니에 대한 공포같은 것도 있고. 분리불안 어쩌고 하는 그런 게 아니라 그냥 공포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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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인 느낌으로 한승찬이 밴드에서 나간 시점 쯤 해서 윤성현 기타가 안정적이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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